숫자는 성장하지만 고객은 떠나는 위험성
회사가 핵심 KPI를 '월간 활성 사용자(MAU)'로 정하게 되면 조직은 자연스럽게 MAU를 높이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광고를 늘리고,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푸시 알림을 보내고, 무료 혜택을 제공하면서 방문자를 늘립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보고서에는 멋진 그래프가 등장합니다.
"MAU 전월 대비 35% 성장."
하지만 MAU는 증가했지만 재방문율과 유료전환율이 떨어지고 있다면, 그것은 성장이라기보다 비용을 들여 숫자를 구매하고 있는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핵심 KPI가 MAU라면 고객들의 행동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합니다.
- 고객은 왜 다시 방문했을까?
- 우리 서비스를 계속 사용할 의향이 있을까?
- 무료 혜택이 없어져도 사용할까?
- 실제로 고객의 문제가 해결되고 있을까?
KPI로 인해 바뀌는 구성원 행동의 위험성
영업팀에게 '신규 계약 건수'를 KPI로 주면, 계약을 많이 만드는 행동을 합니다. 마케팅팀에게 '회원가입 수'를 주면 회원가입을 늘리는 캠페인을 만듭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신규 계약은 늘었지만 해지가 증가하고, 회원가입은 늘었지만 실제 사용하는 고객이 없다면 어떨까요? 각 부서는 KPI를 달성했지만 회사는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좋은 KPI는 단순히 "숫자가 얼마나 커졌는가"가 아니라 "고객의 만족도는 유지되고 있는 가?"라는 질문과 연결되어야 합니다.
단기 성장과 장기 생존을 착각하게 되는 위험성
투자자는 빠른 성장을 중요하게 봅니다.
특히 투자 유치를 앞둔 스타트업은 매출, 사용자 수, 거래액 같은 숫자를 빠르게 키우고 싶은 유혹을 받습니다.
하지만 고객은 투자 라운드에 관심이 없습니다.
고객이 궁금한 것은 훨씬 단순합니다.
"이 서비스(제품)가 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주는가?"
고객이 원하는 가치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마케팅과 영업을 확대하면 성장 속도보다 고객 이탈 속도가 더 빨라질 수도 있습니다.
스타트업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은 성장이 느린 순간만이 아닙니다.
잘못된 방향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순간도 위험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KPI를 만들어야 할까?
KPI를 설정할 때 가장 먼저 투자자 보고서를 떠올리기보다 고객의 성공(Customer Success)을 먼저 정의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채용 서비스를 운영한다면 '가입 기업 수'보다 '채용 성공 기업 비율'이 고객 가치에 더 가까울 수 있습니다. SaaS라면 '무료 가입자 수'보다 '핵심 기능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고객 비율'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커머스라면 '거래액'뿐 아니라 '재구매율'과 '고객 유지율'을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KPI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고객이 성공하면 회사의 숫자도 좋아지는 구조입니다.
투자자가 원하는 숫자를 무시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투자자는 중요한 이해관계자입니다.
매출 성장률, CAC, LTV, Retention, Burn Rate 같은 지표를 관리하고 투자자에게 설명하는 것은 CEO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다만 순서는 중요합니다.
투자자에게 보여주기 좋은 숫자를 만든 뒤 고객을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만들어지는 가치를 측정하고 그것이 사업의 성장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