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모든 미팅은 비슷한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요즘 매출이 잘 안 나옵니다."
"마케팅을 많이 했는데 효율이 계속 떨어져요."
"팀은 정말 열심히 하는데 결과가 안 나옵니다."
대표님들의 표정에는 진지함과 조급함이 동시에 묻어 있습니다. 문제의식도 분명해 보입니다. 겉으로만 보면 이미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대화를 조금 더 이어가다 보면, 공통적으로 마주치는 지점이 있습니다. 문제는 많지만, 정작 '지금 이 회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단 하나의 문제'는 정의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문제라고 부르는 것들의 정체
"매출이 안 나온다", "전환율이 낮다", "조직이 느리다"는 말은 익숙합니다. 하지만 이 문장들은 대부분 문제라기보다 증상에 대한 묘사에 가깝습니다. 몸이 아플 때 '열이 난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열은 분명 이상 신호지만, 열 자체가 병의 원인은 아닙니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은, 이 증상을 곧바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착각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 대응 방식은 늘 비슷해집니다.
매출이 안 나오면 마케팅 예산을 늘리고, 전환율이 낮으면 랜딩 페이지를 고치며, 조직이 느리다고 느껴지면 사람을 더 채용합니다. 실행은 빠르고, 할 일은 계속 생깁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대표님의 머릿속에는 찜찜함이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뭔가 열심히 하고는 있는데, 맞는 방향인지는 모르겠다'는 감각입니다.
문제 정의가 계속 미뤄지는 이유
문제 정의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대표님은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항상 실행이 먼저 나오고, 정의는 뒤로 밀리게 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초기 스타트업의 대표님에게는 늘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투자에 대한 압박, 매출에 대한 부담, 팀원들의 기대, 그리고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대표님을 끊임없이 몰아붙입니다. 이 환경에서는 잠시 멈춰서 생각하는 시간이 비생산적으로 느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대표는 자연스럽게 이렇게 말하게 됩니다. "일단 해보면서 보죠."
하지만 문제를 정의하지 않은 채 실행을 시작하면, 실행의 양이 늘어날수록 조직은 더 피로해집니다. 방향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요한 질문들은 계속 미뤄지게 됩니다. "이 문제는 언제부터 시작됐는가?", "특정 고객군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닌가?", "이 문제가 해결되면, 어떤 지표가 가장 먼저 바뀌어야 정상인가?"
문제 정의가 없는 조직에서 나타나는 신호들
문제 정의가 부족한 조직에는 몇 가지 공통적인 신호가 나타납니다. 회의에서는 늘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흐릿합니다. 모든 일이 중요해 보이고, 그래서 우선순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만약 다음 질문들에 즉답하기 어렵다면, 지금 조직은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가 아니라 문제를 혼동하고 있는 단계에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 이번 분기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단 하나의 문제가 무엇인가?
-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사실을 어떤 지표로 확인할 수 있는가?
- 이 문제의 원인은 우리 통제 범위 안에 있는가, 아니면 외부 환경에 더 가까운가?
문제가 명확하지 않으면, 전략도 실행도 모두 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표님의 역할은 '해결'이 아니라 '정의'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대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조직이 점점 커질수록 더 불가능해집니다.
대표의 진짜 역할은 조직이 풀어야 할 문제를 정확한 언어로 정의하는 것입니다.
문제가 잘 정의되면, 팀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되고 실행의 기준이 생깁니다. 불필요한 시도는 줄어들고,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이 자연스럽게 정리됩니다. 실행의 속도보다 실행의 밀도가 높아집니다.